한살림경남 GMO학습(8)- 46억살 지구, 지엠오의 침입으로 신음한다

*이 글은 한살림경남 12월 소식지에 실린 글입니다.

46억살 지구, 지엠오의 침입으로 신음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품에서, 가정의 울타리에서 편안하게 살 때는 부모의 큰 사랑을 깨닫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지구에 발 딛고 의지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오직 우리 자신과 가족의 삶과 행복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입고, 더 많이 즐기기 위해 끊임없이 인간 이외의 다른 생명들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죽임의 문명이 한살림을 낳게 하였고 30년을 꾸준히 살림의 문명을 향하여 애쓰고 있습니다. 지엠오라는 침입자가 지구에 온지도 3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지엠오와 함께 하는 인류는 어떤 지구에 살고 있을까요? 우리는 어떤 희망을 품고 이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요?

 

나치의 유대인학살에 버금가는 녹색사막들

지엠오가 환경에 미치는 위험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생각되는 것이 바로 ‘다양성의 위기’입니다. 농업의 역사에서 우수한 종자를 발견하고 육성하여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식량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농업이 자본축적의 수단이 되고 그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면서 종자의 육성과 생산량의 증대는 “생명<돈”의 가치아래 오직 하나의 작물을 경작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머니 세대의 밭에는 옥수수 사이사이 들깨를 심고 밭 경계를 따라 자투리땅에 콩을 심기도 하고 밭과 밭들이 다양한 작물로 알록달록 조각보를 만드는 그림이었습니다. 땅이 넓고 평평한 곳으로 갈수록 조각보는 단순해집니다. 오직 한 가지 색으로 칠한 것처럼 넓게 펼쳐진 논밭은 고요합니다. 적막합니다. “녹색사막 green deserts”. 언제부턴가 종이는 아마존 숲을 파괴하고 만들어진 ‘유칼립투스와 소나무 숲 사막’ 덕분에 값싸고 흔해졌습니다. 고릴라를 비롯한 수많은 야생동물의 터전은 줄어들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 숲은 사막처럼 적막합니다. ‘팜유’, ‘카카오’, ‘사탕수수’ 는 가공식품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농산물이며 현대인의 식생활은 기름과 당분의 노예나 다름없습니다. 벌도, 새도, 풀벌레도 없는 이들 ‘침묵의 숲’이 늘어나면서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점점 단순하고 획일적인 식생활은 수많은 생물종의 멸종과 맞닿아 있습니다. 나와 관계없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는 우리 밥상에서 시작됩니다.

 

농업의 목적이 돈이 되어버린 공장농업

전 세계 지엠오 생산량이 가장 많은 미국과 브라질에는 지엠오 사막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콩, 옥수수, 목화 사막’입니다. 지엠오는 아니지만 ‘밀 사막’은 빼놓을 수 없는 악랄한 사막입니다. 사막화된 농업은 공장과 다름없습니다. 원재료를 투입하여 생산품을 만드는 공장처럼 지엠오를 바탕으로 한 대량농업에서는 ‘지엠오 씨앗’, ‘제초제’, ‘살충제’, ‘영양제’ 등의 재료를 넣고 ‘맛없고 양 많은 똑같은 공산품’ 같은 농산물을 생산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하수의 고갈’, ‘ 독성의 농축’, ‘생물종의 멸종’이 발생하지만 그건 고려할 바가 아닙니다. 돈이 최고의 가치일 때 사람은 그 가치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우리의 밥상이 자본의 수단이 됩니다.

 

생물다양성의 상실은 인류의 위기

생물다양성은 생태계다양성, 종다양성, 유전자다양성을 의미합니다. 생태계다양성은 서식지다양성이라고도 이야기 할 수 있으며 종과 유전자 다양성의 전제 조건이자 결과이기도 합니다. 눈을 감고 상상해봅니다. 내가 만일 새라면, 벌이라면, 나비라면 끝도 없이 펼쳐진 옥수수밭과 콩밭, 밀밭에서 벌레를 잡고, 곡식을 쪼아 먹고, 꽃가루와 꿀을 모으는 일이 편안할까요? 나쁜 음식이 인간을 병들게 하듯 농약과 화학비료로 가꾸어진 농경지는 이들 생물들에게 총과 폭탄이 터지는 전쟁터나 다름없을 것이며 실제 20분마다 한 종씩 멸종하고 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고 합니다. 수많은 종들은 오직 수확물을 위해 사라져야 합니다.

생물다양성의 상실은 인간의 행복에 지대하고도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이미 체감하고 있듯이 어업과 농업생산량과 의약품의 원료가 줄어들고 개개인의 자가면역 장애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쉬운 예로 ‘명태’를 들어봅니다. 우리나라 동해안은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으로 명태잡이가 왕성하여 우리민족의 식생활 역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미 이 땅에서 사라진 종은 수억 원을 들여 억지로 알을 배양하고 치어를 방사한다고 쉽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미 명태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이지요. 인간이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은 오래된 서양학문의 특징이며 서구화된 동양에서는 그 환경의 피해와 자연의 파괴를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엠오는 오만한 서양농업의 결정체이며 그 환경의 피해는 전세계 인류가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멸종으로 달려가는 기차에 올라 타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삶, 생명, 밥상의 주인은 누구인지 생각해봅니다.

 

유전자의 이동과 진화

자연계에서 생물종들은 환경에 적합한 유전자를 발달시켜 진화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꾸준히 그 유전형질을 전달하여 다른 종이 생기기도 하고 환경에 부적합한 종은 사라지기도 하는 자연스러운 변화는 지엠오의 침입으로 혼란을 겪게 됩니다. 자연 상태에서 서로 함께하지 않는 다른 종의 유전자 조합은 의도하지 않은 유전형질-제초제 내성이나 살충성 등-을 자연 상태의 다른 종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유출된 유채를 생각합니다. 번식력이 큰 ‘유채’의 경우 유사한 종인 ‘무, 배추, 양배추 등 십자화과’와 유전물질을 주고받으면서 ‘유전자 오염’을 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 많은 연구 결과에서 이러한 유전형질의 흐름, 재조합을 경계하고 위기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예측하지 못한 어떠한 변이가 일어나더라도 인류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습니다. 희망도 남아있을까요?

 

독! 독성농축이라는 제트엔진

지엠오는 대표적으로 제초제 내성, 살충성 종자입니다. 이들이 단일 경작지에서 여러 해를 거듭해 재배하는 동안 슈퍼잡초와 슈퍼해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제초제 ‘라운드업’에 내성을 갖게 된 잡초가 늘어나서 ‘라운드업’ 살포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살충성 작물에 포함된 BT박테리아에 적응한 슈퍼해충은 또 다른 살충제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지엠오 농경지에 살포된 농약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공기중으로 지하수로, 토양으로 흐르고 쌓여서 바다로 가고 바다생물이 독성을 섭취하면 생물종의 변이나 멸종이 옵니다. 물론 그렇게 어디론가 흘러서 쌓인 독성이 농축된 생물의 최상위 포식자는 바로 ‘인간’입니다. 방사능의 위기에 버금가는 수산물의 중금속 오염, 미세플라스틱의 오염은 어디선가의 농업과 산업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우리는 밥상을 바꿈으로서 독성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에 있는가

지엠오와 환경의 이야기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자본화와 산업화, 그에 익숙한 인간이 만들어낸 지엠오라는 괴물은 인간의 능력이상으로 신출귀몰, 다재다능합니다. 사람은 생계와 보람 있고 존엄한 삶을 위해 자연의 혜택을 얻을 권리가 있습니다. 현재와 미래세대 모두를 위한 올바른 음식과 물을 얻을 권리, 주택의 권리, 건강의 권리, 여러 사회, 경제, 문화적 권리가 다 포함됩니다. 이 모든 것은 잘 기능하는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지금 즉시 우리 각각의 삶을 점검하고 자연의 착취를 최소화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인권은 없습니다.

한살림에서 하고 있는 토박이 씨앗살림은 다양성의 회복을 위한 훌륭한 길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밥상을 차림에 있어서 편리함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모든 방식을 새롭게 점검해야합니다. 콩, 옥수수, 목화, 밀에 지나친 의존을 끊어내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우리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엠오라는 큰 위기에서 우리와 인류를 구하기 위해 한살림 조합원이 바로 희망입니다. 자! 이제 어떻게 우리가 희망이 될지 함께 모이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